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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코딩하는 이유

부제. 옳고 그름은 없다.

 얼마 전 같은 과 친구로부터 전화가 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코드를 치는 것이 재밌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저는 그에 대한 대답으로 "프로그래밍에는 정답이 없어 재밌는 것 같다"라고 대답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비슷한 이야기를 계속하다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러나 학부 졸업을 앞둔 저에게, 지원서를 이리저리 다듬어 여기저기 지원하는 저에게, 있어 "코드를 치는 것이 재밌냐?"라는 친구의 질문은 저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었습니다.

 

 저는 고등학생 시절 수학과 과학을 싫어했습니다. 이것들의 공통점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다룬다는 점이었고 고등학생의 저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에 관해 이야기하고 추상적인 것에 관해 이야기를 한다는 점이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반면 저는 눈에 직접 보이는 문제들을 다루는 사회에 흥미를 느꼈습니다. 그러나 사회와 관련된 학과에 가려면 문과를 선택해야 했으며 제가 원하는 학과에 간다고 하여도 경제적인 자유를 얻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렇기에 울며 겨자 먹기로 이과를 선택하였고 앞서 말했듯 저는 수학과 과학을 싫어하기에 수학과 과학을 그나마 덜 사용할 것 같은 컴퓨터학부에 가고자 하였습니다. (학부에 진학해 졸업을 앞둔 시점에서 생각해 본다면 다른 공과대학에 비해 비교적 덜 사용하는 것이지 아예 사용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저는 컴퓨터가 너무 좋고 컴퓨터에 대해 더 알고 싶어 컴퓨터학부를 진학한 것이 아닙니다. 순전히 저는 여러 선택지 중 그나마 괜찮아 보이는 것들, 즉 '차악'을 고르고 골라 컴퓨터학부에 진학하였습니다. 그렇기에 학부에 진학한 이후 학부 선택에 대한 회의감으로 인해 방황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군 복무를 하면서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을 해보았고 당장 현실 가능성이 높은 개발자를 한번 알아볼까 하여 관련 공부를 하였습니다.

 

 개발 공부를 하며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다른 분야와 달리 하나의 문제에 대해 해결 방법이 여러 개가 있으며 이 중 옳고 그른 것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공부하며 정답과 오답에 지쳐 있던 저에게 있어 이러한 점은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왔으며 개발자의 꿈을 꾸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후에는 방금 작성한 코드가 눈앞에서 돌아가고 배운 것을 바로바로 사용해 볼 수 있다는 점, 노트북 하나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점, 내가 만든 것들로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 이 모든 것들이 재밌어졌습니다.

 

 시작은 내가 하고 싶어서가 아닌 그나마 할 수 있는 것들이었기에 선택하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하고 싶어서 이 길을 선택하였고 걸어가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 글의 제목이기도 한 "내가 코딩을 하는 이유"는 즐겁기 때문입니다.